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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로키 (밑바닥, 도전, 존엄)

by lhs2771 2025. 12. 27.

로키 영화 속 한 장면

 

로키, 이기지 못해도 끝까지 자신을 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한 인간의 기록

로키는 흔히 스포츠 영화의 전형이자 언더독 신화의 출발점으로 이야기되지만, 실제로 이 작품이 오래 살아남는 이유는 승리의 쾌감 때문이 아니다. 〈로키〉는 성공의 이야기라기보다 존엄의 이야기이며, 결과보다 과정, 트로피보다 태도를 다루는 영화다. 이 작품은 한 남자가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이미 사회적으로 패배한 것처럼 취급받던 인물이 왜 끝까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로키 발보아가 링 위에 오르는 이유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감동은 환호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무너지지 않는 얼굴에서 비롯된다.

밑바닥

로키 발보아는 영웅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그는 영화의 시작부터 이미 인생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는 인물이다. 복서이지만 정상급과는 거리가 멀고, 링 위에서는 기술보다 버티는 힘으로 싸운다. 경기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쓰러지지 않는다는 사실뿐이다.

링 밖에서의 삶은 더 초라하다. 그는 사채업자의 심부름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그 일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상대를 세게 때리지 못해 질책받는 장면은, 그가 폭력의 세계에서도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로키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불행을 토로하지도, 세상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 삶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이 무기력한 순응이야말로 로키의 진짜 밑바닥이다.

필라델피아의 풍경은 로키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한다. 낡은 체육관, 허름한 거리, 활기를 잃은 도시. 이 공간은 희망보다는 한계를 상징하며, 로키의 삶이 얼마나 오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로키가 동물들에게 말을 걸고, 애드리안을 대할 때 유독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반복적으로 무시당해 왔고, 그 경험이 그의 몸에 깊게 남아 있다. 그는 먼저 다가가기보다,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이 영화는 로키를 실패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 실패한 것으로 취급받는 삶이 인간을 어떻게 침묵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로키는 패배자이기보다, 패배에 익숙해진 인물이다.

 

도전

아폴로 크리드의 제안은 표면적으로는 기적처럼 보인다. 무명의 복서에게 주어진 타이틀 매치. 그러나 이 기회는 로키에게 즉각적인 희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는 이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로키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을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도전은 처음부터 승리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로키가 말하는 목표는 단 하나다. “끝까지 서 있는 것.” 이 문장은 단순한 각오가 아니라, 그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선언이다. 그는 단 한 번이라도 존중받는 싸움을 하고 싶어 한다.

훈련 장면은 흔히 의지의 상징처럼 소비되지만, 그 본질은 자기 확인에 가깝다. 로키는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증명하기 위해 몸을 혹사한다.

계단을 오르는 장면 역시 성공의 은유라기보다, 정체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작은 반란이다. 로키는 인생 전체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오늘의 자신이 어제의 자신과 다르길 바란다.

애드리안과의 관계는 이 도전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그녀는 로키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있는 그대로의 그를 바라본다. 이 시선은 로키에게 처음으로 “존재해도 되는 사람”이라는 감각을 준다.

〈로키〉는 이 지점에서 말한다. 인간이 도전하는 이유는 반드시 위대한 꿈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로키의 도전은 사회적 상승을 위한 사다리가 아니라, 자기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존엄

경기 장면에서 영화는 점수나 승패보다 시간을 강조한다. 라운드가 쌓일수록 중요한 것은 로키가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수없이 맞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난다. 이 반복은 고통의 미화가 아니라, 인간이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다.

아폴로 크리드는 처음에는 로키를 이벤트의 일부로만 취급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진정한 상대로 인식하게 된다. 이 변화는 로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는 처음으로 존중받는다.

결과는 명확하다. 로키는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이 패배는 실패가 아니다. 그는 끝까지 서 있었고, 끝까지 싸웠다.

마지막에 애드리안을 부르는 로키의 목소리는 트로피보다 무겁다. 그는 세상을 얻지 않았지만, 자신을 잃지 않았다.

〈로키〉는 여기서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완전히 비튼다. 관객에게 승리의 환희를 주는 대신, 존엄의 의미를 남긴다.

이 영화가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는 이 메시지가 너무나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길 수는 없지만, 모두가 끝까지 자신을 버리지 않을 수는 있다.

〈로키〉는 조용히 말한다. 인생은 승패로만 평가되지 않는다고. 누군가에게 대단해 보이지 않아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 삶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그래서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진다. 젊을 때는 투지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존엄의 이야기로 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