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리뷰] 아이 엠 샘 (부모의 자격, 복잡한 현실, 총평)

by lhs2771 2025. 12. 19.

아이 엠 샘 영화의 한 장면

 

아이 엠 샘, 세상이 정한 기준 너머에서 끝까지 사랑을 선택한 한 아버지의 이야기

영화 〈아이 엠 샘〉은 지적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그의 딸이 세상의 편견과 제도 앞에서 마주하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선택의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능력이나 지능의 문제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의 깊이, 책임의 지속성, 아이와 함께 성장하려는 의지가 과연 어디까지 부모의 자격이 될 수 있는지를 차분히 묻는다. 눈물을 유도하는 장면보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통해 감정을 쌓아 올리며, 관객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다. 〈아이 엠 샘〉은 동정이 아닌 공감으로, 결론이 아닌 질문으로 오래 남는 인생 영화다.

부모의 자격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아이 엠 샘〉은 시작부터 관객에게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지적 능력이 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아버지가 과연 아이를 키울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지 영화 속 법정에서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보는 우리 역시 무의식적으로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감독은 이 불편함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질문을 정면으로 꺼내 놓고, 우리가 얼마나 쉽게 ‘부모의 자격’을 수치와 기준으로 판단해 왔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샘은 딸 루시를 혼자 키운다. 그는 복잡한 계산을 하지 못하고, 문장을 이해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딸의 생일을 기억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책을 읽어주며, 아이가 불안해할 때 가장 먼저 그 감정을 알아챈다. 영화는 샘을 이상화하지 않는다. 그의 한계는 분명하고, 그 한계는 이야기 속에서 계속 문제로 제기된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묻는다. 과연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높은 이해력인가, 아니면 아이의 감정을 끝까지 바라보는 태도인가.

초반부의 샘과 루시의 일상은 놀라울 만큼 평온하다. 함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고, 잠자리에 들기 전 이야기를 나눈다. 이 장면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안정적이다. 감독은 이 평범한 시간을 충분히 보여준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관객이 이 관계를 ‘문제 상황’이 아니라 ‘하나의 가족’으로 먼저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루시가 자라면서, 세상은 점점 샘의 한계를 문제 삼기 시작한다. 학교, 복지 시스템, 그리고 법의 기준은 아이의 미래를 이유로 샘의 양육권을 의심한다. 이때 영화는 감정적으로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 대신 차분하게 질문을 쌓아 올린다. 사랑은 충분한가, 책임은 지속 가능한가, 그리고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랑은 분명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복잡하다

샘이 양육권을 박탈당하는 과정은 이 영화의 중심 갈등이다. 법과 제도는 아이의 안정적인 미래를 이유로 샘을 배제한다. 그 판단은 냉정하지만, 완전히 비이성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이 엠 샘〉은 단순한 감동 영화의 길을 벗어난다. 샘의 사랑이 아무리 진실해도, 사회는 아이의 삶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려 한다. 영화는 이 두 입장이 충돌하는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법정 장면에서 샘은 자신의 마음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질문에 답하는 속도는 느리고, 말은 자주 끊긴다. 하지만 그의 말 사이사이에는 분명한 감정이 담겨 있다. “딸을 사랑한다”는 말,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진심이 제도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력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객은 이 순간 깊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변호사 리타의 변화 역시 이 영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 그녀는 이 사건을 하나의 ‘특이한 케이스’로만 바라본다. 커리어에 성공했지만, 자신의 아이와는 거리감이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샘과 루시를 만나며 그녀의 기준은 조금씩 흔들린다. 샘의 사랑은 그녀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좋은 부모의 조건’을 하나씩 무너뜨린다. 영화는 이 인물을 통해, 사회적 성공과 진정한 돌봄 사이의 간극을 조용히 드러낸다.

루시의 시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아버지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일부러 아버지를 멀리하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행동 역시 아버지를 지키기 위한 선택임을 영화는 섬세하게 보여준다. 아이는 보호받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감정을 선택하는 주체다. 이 점에서 〈아이 엠 샘〉은 아이를 단순한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격으로 존중한다.

영화는 어느 한쪽의 승리를 선언하지 않는다. 샘의 사랑은 분명하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이 모호함이 바로 이 영화를 깊게 만든다. 모든 사랑이 원하는 결말에 도달하지는 않지만, 그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영화는 조용히 말한다.

 

총평 - 아이 엠 샘이 끝내 남기는 질문과 여운

〈아이 엠 샘〉은 명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 무엇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을까. 사랑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니면 세상이 너무 빠르게 판단한 것일까. 이 영화는 관객에게 판단을 맡긴 채, 쉽게 잊히지 않는 질문을 남긴다.

이 작품은 부모의 자격을 숫자와 기준으로만 판단해 온 사회의 시선을 부드럽게 되돌린다. 동시에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감정의 층위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눈물 영화가 아니라,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로 남는다.

〈아이 엠 샘〉은 완벽하지 않은 사랑을 이야기한다. 서툴고, 부족하고, 때로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는 사랑. 하지만 그 사랑이 진심일 때, 아이의 인생에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서로 다른 울림을 준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 다시 보게 된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책임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지고,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의 기억이 더 선명해진다. 〈아이 엠 샘〉은 말한다. 완벽해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순간 이미 부모가 되어 있다고. 그 조용한 메시지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