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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 (대한제국 황녀, 일제강점기, 잊힌 역사)

by lhs2771 2025. 11. 29.

 

영화 덕혜옹주 포스터 사진

 

영화 『덕혜옹주』(2016)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나, 나라를 잃은 왕실의 여인으로서 격변의 시대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던 덕혜옹주의 삶을 조명한 작품입니다. 한 여성의 인생을 통해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민족사적 비극과, 잊힌 역사에 대한 기억의 소중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전기 영화가 아니라,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가장 공적인 상처를 들춰내는 감동적 기록입니다.

나라를 잃은 황녀, 정체성을 지키는 외로운 투쟁

『덕혜옹주』는 1912년 대한제국 고종의 딸로 태어난 덕혜옹주(손예진)가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왕조가 몰락한 후 황실의 후손으로 살아야 했던 운명을 고스란히 짊어진 인물입니다. 조선은 이미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상태였고, 그녀의 삶은 시작부터 정치적 상징이자 제국주의의 도구로 이용당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된 덕혜옹주는, 타국의 문화와 언어, 정치적 압력 속에서도 대한제국 황녀로서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영화는 그녀가 유학 중에도 조선의 말과 옷, 전통을 지키려 했던 장면들을 통해, 그녀의 고독하고 조용한 저항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덕혜옹주의 삶은 단순한 불행으로 요약되지 않습니다. 그녀는 일본에서 조선 독립운동가들과 연결되며 암암리에 독립운동을 지원하기도 했고, 끝내 일본의 감시와 정신병원 수용이라는 극단적인 고통 속에 갇혀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대한의 사람이라는 자의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덕혜옹주라는 인물을 통해, 황실 후손이자 여성이자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겪어야 했던 삼중의 고통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민족과 여성, 역사 속에서 소외된 목소리

『덕혜옹주』는 비단 한 황녀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살아야 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상징적인 초상이기도 합니다. 덕혜는 신분상 황녀였지만, 제국의 몰락 이후 그녀는 보호받지 못한 여성으로서의 고통과 폭력에도 노출됩니다. 영화는 그녀가 일본에서 정략결혼을 강요받는 과정, 출산 이후 딸과의 생이별, 조현병 판정을 받고 강제 입원당하는 장면 등을 통해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억압당하는 모습을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그녀를 지키고자 애쓰는 독립운동가 김장한(박해일)의 서사는, 영화에 긴장감과 감동을 더해줍니다. 김장한은 덕혜를 찾아 조국으로 데려오려는 ‘귀국 작전’을 펼치고, 그 과정에서 왕녀 한 명의 귀환이 곧 민족의 명예 회복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러한 감동적인 전개 속에서도 역사에 의해 말살되고 잊힌 존재들의 현실을 잊지 않고 비춰줍니다. 덕혜는 이름조차 교과서에 실리지 못한 존재였고, 그녀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공적 기록에서 삭제된 역사였습니다.

기억해야 할 이름, 잊지 말아야 할 역사 – 영화의 메시지와 총평

『덕혜옹주』는 단순한 시대극이 아니라,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선 역사적 존재를 되살리는 작업입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라는 상징성을 넘어서, 이 영화는 ‘국가란 무엇이며, 정체성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현대 한국 사회는 여전히 망각의 속도가 빠른 사회입니다. 잊히는 이름이 많고, 기록되지 않은 존재가 넘칩니다. 덕혜옹주의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단지 과거의 슬픔이 아닌, 지금도 반복되는 사회적 망각에 대한 경고이기도 합니다. 또한 영화는 관객에게 묻습니다. –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지 않는다면, 그 존재는 살아 있었던 것인가? – 기록되지 않은 고통은, 존재하지 않은 고통인가? 총평하자면, 『덕혜옹주』는 눈물에만 기대지 않는, 감정과 역사가 균형 있게 어우러진 역사 감성 드라마입니다. 손예진의 절제된 연기와 박해일의 진중한 감정선, 그리고 조용한 연출이 함께 어우러져 조선의 마지막 황녀를 통해 민족과 인간의 존엄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