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서울 도심의 한 재개발 지역.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모여 작은 상가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중 ‘루미치킨’을 운영하는 젊은 여성 ‘루미’는 부당한 철거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아버지 ‘석헌’이 뜻밖의 소식을 듣고 딸을 찾아옵니다. 그는 평범한 경비원으로 살던 중, 우연히 외계 물질을 마신 뒤 ‘염력’이라는 초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장난과 편의에만 그 능력을 사용하던 석헌이었지만, 딸이 철거 용역에 의해 위협받는 현실을 보게 되자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기로 결심합니다. 거대 자본과 권력, 그리고 불의에 대항하는 평범한 시민의 반격. 석헌의 염력은 단순한 초능력이 아니라, 무력한 개인이 사회 구조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영화는 판타지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현실 사회의 문제와 인간적인 감정이 교차합니다. 아버지와 딸의 관계, 권력과 약자의 대립, 그리고 정의를 지키려는 작은 용기가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결국 석헌은 초능력을 통해 단순히 건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구하게 됩니다.
등장인물 소개
석헌 (류승룡) — 평범한 경비원이자 무책임한 아버지로 살아왔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뜻밖의 사고로 염력을 얻게 되며, 자신의 인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그의 능력은 단순히 ‘힘’이 아니라,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세상에 정의를 세우는 ‘변화의 계기’로 작용합니다. 류승룡은 특유의 인간적인 연기와 유머로, 비현실적인 설정을 현실감 있게 이끌어냅니다.
루미 (심은경) — 아버지 없이 자라며 스스로 삶을 개척한 강한 여성입니다.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중심에 서서 싸우는 인물로, 이 시대의 젊은 세대를 대표합니다. 불의에 굴하지 않고 정의를 지키려는 그녀의 모습은, 초능력을 가진 아버지보다 더 강한 ‘현실적 영웅’처럼 보입니다. 심은경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딸의 복잡한 내면과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잘 표현했습니다.
홍 사장 (박정민) — 루미의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동료이자, 현실적이고 따뜻한 조력자입니다. 그는 유머와 현실감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균형 있게 유지시킵니다. 또한 ‘용역 세력’과 ‘관료적 권력’을 대표하는 인물들 — 부패한 기업인, 무책임한 공무원, 폭력적인 철거 용역들 — 은 영화 속에서 사회 구조의 냉혹한 현실을 상징합니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모두 초능력자와 평범한 사람의 경계를 오가며, ‘힘이 없는 사람들의 연대’가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총평
〈염력〉은 단순한 초능력 영화가 아닙니다. 초능력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힘 없는 사람들의 현실’과 ‘사회 구조의 불합리’를 비추는 사회 풍자극입니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번에도 ‘평범한 시민이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 속에서 빛을 발합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초능력보다 **‘용기’**입니다. 아버지 석헌은 처음엔 우스꽝스럽고 무능해 보이지만, 결국 그는 자신의 딸을, 그리고 진실을 지키기 위해 싸웁니다. 그 모습은 현실 속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을 닮았습니다. 결국 염력은 “힘 있는 자의 권력”이 아니라, “무력한 자의 정의”를 상징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중반부의 리듬감이 다소 흔들리고, 코믹한 장면과 진지한 메시지의 균형이 어색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가진 따뜻한 인간애와 사회 비판적 시선은 분명 강렬합니다. 특히 후반부 석헌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단순한 초능력의 연출이 아니라, ‘억눌린 이들이 자유를 되찾는 상징적인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염력〉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힘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켜주는 데 쓰이는 것이다.”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작은 희망과 웃음을 동시에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