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리뷰] 어바웃 타임 ( 상상 끝에 남는 질문, 과정, 조용한 변화)

lhs2771 2025. 12. 20. 11:53

어바웃 타임 영화 속 한 장면

 

어바웃 타임, 시간을 바꿀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서 인생이 변하는 이야기

영화 〈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한 남자의 삶을 통해 사랑과 가족, 그리고 일상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판타지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앞세우지만, 그 능력을 통해 특별한 사건을 해결하거나 극적인 성공을 이루는 데 관심이 없다. 대신 누구나 한 번쯤 후회했을 선택, 다시 살아보고 싶었던 순간을 반복하며 묻는다. 과연 실수를 지우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완벽한 하루를 만들면 인생도 완벽해질까. 영화는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단단한 방식으로 답한다. 인생을 바꾸는 것은 시간을 되돌리는 힘이 아니라, 지금 이 하루를 살아내는 태도라고. 〈어바웃 타임〉은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삶의 철학으로 끝나는, 오래 곱씹게 되는 인생 영화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상상, 그리고 그 끝에 남는 질문

〈어바웃 타임〉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의 고민이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때 그렇게 하지 말 걸”이라고 되뇌어 본 경험이 있다. 영화는 바로 그 보편적인 후회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주인공 팀은 영웅도, 천재도 아니다. 그는 수줍고 어색하며, 연애 앞에서는 늘 말문이 막히는 평범한 청년이다. 그런 팀에게 시간 여행이라는 능력이 주어졌을 때, 그가 선택하는 행동은 의외로 소소하다. 세상을 구하거나 거대한 목표를 이루기보다, 어색한 고백을 다시 하고 망친 저녁을 되돌린다. 이 모습은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묘한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 역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아주 사소한 장면부터 고치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가볍고 따뜻하다.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해프닝들은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래도록 그 지점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이 반복될수록, 관객은 점점 깨닫게 된다. 시간을 고칠수록 삶은 더 단순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섬세해진다는 사실을.

〈어바웃 타임〉이 특별한 이유는, 시간 여행이라는 장치를 ‘해결책’이 아니라 ‘거울’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 거울 앞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욕심, 두려움, 미숙함을 마주하게 되고, 관객 역시 자신의 삶을 비춰보게 된다. 이 영화는 그래서 판타지이면서 동시에 매우 현실적인 작품이다.

 

완벽한 순간을 만들려다, 불완전한 삶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

팀과 메리의 사랑 이야기는 영화의 중심이지만, 이 사랑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로맨스와는 결이 다르다. 팀은 시간을 되돌려 실수 없는 첫 만남을 만들고, 관계의 흐름을 조정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연애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 완벽함 속에 숨어 있는 불안을 놓치지 않는다.

모든 순간이 계산된 관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살아 있는 감정을 점점 희미하게 만든다. 팀은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시간을 사용하지만, 그럴수록 현재의 감정은 점점 납작해진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사랑이란 정말 실수를 없애는 것일까, 아니면 실수까지 함께 안고 가는 것일까.

이 질문은 팀의 태도 변화를 통해 점차 답을 얻는다. 그는 더 이상 모든 순간을 고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실패한 하루, 어색한 대화,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정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 변화는 영화의 가장 큰 성장 서사다. 시간을 통제하던 인물이, 마침내 시간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순간이다.

이 영화의 진짜 중심에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누구보다 담담하게 사용한다. 그는 성공이나 명예를 위해 그 능력을 쓰지 않는다. 대신 가족과 함께 걷는 산책길, 아들과 나누는 대화, 책을 읽는 조용한 저녁을 반복한다. 이 선택은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라는 사실이다.

아버지와의 이별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장면에서 〈어바웃 타임〉은 판타지를 완전히 내려놓고, 삶의 가장 현실적인 얼굴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해야 하며, 그 시간을 무한히 붙잡을 수는 없다는 진실이다.

그래서 팀은 선택한다. 시간을 더 이상 되돌리지 않기로. 대신 하루를 두 번 사는 방식으로 살아가기로 말이다. 처음에는 실수투성이로, 두 번째에는 조금 더 다정하게. 이 선택은 영화가 관객에게 건네는 가장 현실적인 제안이다.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우리는 오늘을 그렇게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어바웃 타임이 우리 삶에 남기는 가장 조용한 변화

〈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리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영화다. 실수를 지우는 삶이 아니라, 실수가 있어도 괜찮은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삶을 극적으로 바꾸기보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씩 이동시킨다.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하루를 떠올리게 된다. 무심히 흘려보낸 아침, 귀찮게 느껴졌던 대화, 당연하게 여겼던 가족의 존재. 〈어바웃 타임〉은 그런 순간들에 잠시 멈춰 서게 만든다. 그리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도 충분히 소중하다고, 다시 살 필요 없이 지금을 살아도 된다고.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영화’로 남는 이유는 명확하다. 거창한 교훈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삶의 중심을 건드린다.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오늘을 대하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바웃 타임〉은 끝내 이렇게 말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실수가 있어도 괜찮다고.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살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성실하게 하루를 마주했는지라고. 그래서 이 영화는 보고 난 뒤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현재형으로 살아 움직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지금이 더 소중해진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깊은 진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