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코다 (CODA) (공감, 선택의 순간, 총평)

코다(CODA), 침묵과 소리 사이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
영화 〈코다(CODA)〉는 농인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꿈 사이에서의 선택이라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장애를 특별한 소재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소통의 방식이 다를 뿐, 사랑과 갈등, 의존과 독립이라는 감정은 모두 같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음악이라는 ‘소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싶지만, 가족이라는 ‘침묵’ 속 책임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주인공의 고민은 많은 이들의 삶과 닮아 있다. 〈코다〉는 큰 사건보다 작은 순간들로 감정을 쌓아 올리며, 보고 난 뒤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따뜻한 성장 영화다.
조용한 가족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깊은 공감
〈코다(CODA)〉는 처음부터 큰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어업을 하며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일상은 소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다. 하지만 그 일상 속에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부모와 오빠는 모두 농인이며, 딸 루비만이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영화는 이 설정을 설명하려 들기보다,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가족이 수어로 대화하는 모습, 루비가 통역을 맡아야 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 역할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까지.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관객에게 ‘불편함’을 먼저 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애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루비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녀가 가족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차분히 보여준다. 루비는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자, 동시에 아직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소녀다. 이 이중적인 위치는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감정의 축으로 작용한다.
영화의 초반부는 가족 코미디에 가깝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부모의 태도, 농인 특유의 직설적인 유머는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쉽게 말로 표현되지 않는 무게가 숨어 있다. 루비가 통역을 하지 않으면 일상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 어린 나이에 이미 어른의 역할을 맡고 있는 현실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만든다. 과연 이 소녀는 언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가족과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선택의 순간들
루비는 우연히 학교 합창단에 들어가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다.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경험한다. 가족을 위해서도, 생계를 위해서도 아닌,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이다. 이 장면들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리가 가득한 공간에서 루비는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관객 역시 그녀의 해방감을 함께 느낀다.
하지만 이 자유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루비가 꿈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갈수록, 가족의 현실은 더 선명해진다. 어업 현장에서의 통역 문제, 외부 세계와의 소통, 그리고 루비가 없을 때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불편함 들은 그녀를 다시 가족의 자리로 끌어당긴다. 영화는 이 갈등을 극적으로 부풀리지 않는다. 대신 일상 속 선택의 순간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루비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지 차분히 쌓아 올린다.
이 과정에서 인상적인 것은 가족의 태도다. 부모는 딸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의존이 악의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들임을 영화는 충분히 보여준다. 그래서 이 갈등에는 명확한 악역이 없다. 모두가 옳고,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이런 구조 덕분에 관객은 누구의 편도 쉽게 들 수 없게 된다.
특히 영화 후반부, 루비의 노래를 ‘듣지 못하는’ 가족을 위한 연출은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소리가 사라진 화면 속에서, 우리는 음악이 없는 세계를 잠시 경험하게 된다. 이 장면은 단순한 연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루비에게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동시에 가족이 그녀의 꿈을 얼마나 이해하려 애쓰는지를 말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총평평 - 코다가 전하는 가장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
〈코다〉는 성장 영화이지만, 단순히 ‘꿈을 이루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선택 그 자체보다, 선택에 이르는 과정이다. 가족을 사랑하기 때문에 망설이고, 자신의 꿈을 알게 되었기에 더 괴로운 그 시간들이 이 영화를 깊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많은 관객이 자신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가족의 기대와 나의 욕망 사이에서 고민했던 순간, 책임 때문에 미뤄두었던 꿈, 혹은 누군가를 떠나보내야만 성장할 수 있었던 기억까지. 〈코다〉는 그런 경험들을 부드럽게 건드리며 말한다. 떠난다고 해서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자신의 길을 가는 선택 역시 가족의 일부라고.
〈코다〉가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소리를 크게 키우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을 과하게 밀어붙이지 않고, 잔잔한 호흡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래서 관객은 울어야 할 타이밍을 강요받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감정을 발견하고, 천천히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어떤 순간에는 ‘코다’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만든다. 누군가의 기대를 대신 짊어졌던 시간, 말하지 못한 감정을 품고 있던 순간들. 〈코다〉는 그 시간들을 조용히 안아주며,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잊지 않게 해 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고 나면 마음이 조금 단단해지는, 그런 작품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