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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트리 오브 라이프 (질문, 가족, 자연) 트리 오브 라이프, 한 아이의 기억으로 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트리 오브 라이프는 한 가족의 성장과 상실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 고통의 이유, 사랑과 신의 침묵을 동시에 사유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보다 감각을, 설명보다 질문을 선택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형제간의 질투와 죄책감, 죽음 앞에서의 혼란은 우주의 탄생과 진화, 자연의 흐름과 병치된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에게 묻는다. 우리는 왜 태어났고, 왜 사랑하며, 왜 상실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 이 영화는 답을 주지 않지만, 질문을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다.질문〈트리 오브 라이프〉는 줄거리로 시작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첫 장면은 하나의 질문이다. “주님, 당신은 어디 계셨나요?” 이 .. 2025. 12. 23.
리뷰] 블루 발렌타인 (시작, 시간, 끝) 블루 밸런타인, 사랑이 끝난 이유보다 사랑이 남긴 흔적이 더 오래 아픈 이야기 블루 발렌타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같은 속도로 식어갔는지를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이별의 원인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다. 배신도, 거대한 사건도, 결정적인 잘못도 없다. 대신 아주 작은 실망, 반복되는 침묵, 어긋난 기대가 시간이 지나며 관계를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블루 밸런타인〉은 사랑이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이 영원히 같은 형태로 머물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 변화가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는 묻는다. 우리는 사랑이 끝났을 때, 정말 상대를 잃은 것일까, 아니면 함께였던 ‘나 자신’을 잃은.. 2025. 12. 23.
리뷰] 노매드랜드 (붕괴, 노동, 존엄) 노매드랜드, 집을 잃은 사람들이 아니라 삶을 다시 정의한 사람들의 이야기 노매드랜드는 금융 위기 이후 집과 직업, 공동체를 잃은 사람들이 미국 전역을 이동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빈곤이나 노숙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상실 이후에도 삶이 계속될 수 있는 방식, 그리고 소유하지 않아도 존엄을 잃지 않는 인간의 태도를 조용히 기록한다. 주인공 펀은 떠도는 삶을 살지만, 그것은 사회로부터 밀려난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삶의 형식에 가깝다. 〈노매드랜드〉는 묻는다. 우리는 왜 ‘정착된 삶’만을 정상이라 부르며, 그 바깥에 있는 모든 삶을 실패로 규정해 왔는가. 그리고 그 질문을 대답하지 않은 채, 오직 한 인간의 하루를 따라가며 관객에게 넘겨준다. 붕괴〈노매드랜드〉.. 2025. 12. 23.
리뷰] 로마 (기억, 노동, 사랑) 로마, 한 가족의 기억 속에 평생 남았지만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았던 사람의 삶 로마는 1970년대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을 배경으로, 중산층 가족과 그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 클레오의 삶을 따라가며 기억, 계급, 여성의 노동, 그리고 말해지지 않은 사랑을 집요할 정도로 조용하게 기록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극적인 음악이나 감정의 고조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대신 반복되는 일상과 침묵을 통해 삶이 실제로 흘러가는 방식을 재현한다. 〈로마〉는 ‘주인공이 되지 못한 사람의 인생’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세계를 지탱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며, 한 인간의 삶이 존중받기 위해 반드시 큰 목소리를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끝까지 증명한다. 기억〈로마〉는 보통의 영화처럼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바닥을 닦.. 2025. 12. 23.
리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야기, 예의, 상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사라진 세계를 끝까지 예의 바르게 애도하는 이야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가상의 유럽 국가 주브로브카를 배경으로, 한 호텔과 그곳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미 사라져 버린 세계’를 기억하고 기록하려는 영화다. 이 작품은 화려한 색감과 기하학적인 구도, 빠른 대사와 유머로 유명하지만, 그 핵심에는 전쟁과 폭력, 시대의 붕괴 속에서 인간이 끝까지 지키려 했던 품위와 존엄에 대한 깊은 애도가 자리하고 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단순한 코미디도, 스타일리시한 동화도 아니다. 이 영화는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라진 세계를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매우 진지하고 슬픈 이야기다. 이야기〈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시작부터 현재의 이야기가 아니.. 2025. 12. 23.
리뷰] 아멜리에 (아이, 행동, 사랑) 아멜리에, 세상을 구원하듯 사랑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 앞에서는 숨어 있던 사람 아멜리에는 파리 몽마르트르를 배경으로, 작은 친절과 상상력을 통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고자 하는 한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영화는 밝은 색감과 기발한 연출로 기억되지만, 그 중심에는 깊은 고독과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놓여 있다. 아멜리는 타인의 삶에 개입하며 행복을 설계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과 욕망 앞에서는 늘 한 발 물러선다. 〈아멜리에〉는 친절과 사랑이 결코 같은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누군가를 돕는 일보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 훨씬 더 큰 용기를 요구한다는 진실을 조용히 보여주는 영화다. 아이아멜리의 어린 시절은 결핍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사랑을 받지 .. 2025.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