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83 리뷰] 시네마 천국 (만남, 떠남, 기억) 시네마 천국,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비로소 완성되는 한 사람의 인생 시네마 천국은 영화라는 예술을 사랑하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처럼 시작되지만,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이 작품이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영화’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사실에 도달하게 된다. 이 영화는 추억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향수에 기대지 않는다. 대신 왜 우리는 반드시 떠나야 했는지, 왜 어떤 선택은 평생의 방향을 바꾸는지, 그리고 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에야 비로소 삶이 정리되는지를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묻는다. 〈시네마 천국〉은 성공담이 아니라, 한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더 이상 수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영화의 감동은 따뜻함이 아니라, 시.. 2025. 12. 26. 리뷰] 아르고 (고립, 연기, 이야기의 힘) 아르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국가가 선택한 가장 비현실적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거짓 아르고는 1979년이란 혁명 당시 테헤란에 고립된 미국 외교관 6명을 구출하기 위해 CIA가 실제로 실행한 ‘가짜 영화 제작’ 작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첩보 액션의 쾌감보다, 국가가 작동하지 않는 순간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선택하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총과 폭력 대신 서류와 설정, 신분과 연기를 무기로 삼은 이 작전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며, 때로는 허구가 현실보다 더 강력한 보호막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르고〉는 영웅의 활약을 찬양하기보다, 국가·제도·이야기가 생존을 위해 어떻게 동원되고 소비되는지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영화다. 이 작품이 남기는 질문은 단순하다. 진실보다 더 진실.. 2025. 12. 26. 리뷰] 캐치 미 이프 유 캔 (도망, 추격, 장착) 캐치 미 이프 유 캔, 다른 사람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소년의 긴 도주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실존 인물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범죄 행각을 경쾌한 리듬으로 그린 영화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훨씬 쓸쓸한 성장 서사가 숨겨져 있다. 이 영화는 위조 수표와 가짜 신분증, 기상천외한 탈출을 통해 범죄의 쾌감을 전달하는 대신, 왜 한 소년이 그렇게까지 ‘다른 사람’이 되려 했는지, 왜 도망은 멈추지 않았고 왜 붙잡힘조차 일종의 안식이 되었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잡히지 않는 천재의 이야기라기보다, 무너진 가정과 사라진 보호 속에서 정체성을 만들어야 했던 한 아이의 불완전한 성장기다. 이 영화가 오래 남는 이유는 범죄의 영리함이 아니라, 그 영리함 뒤에 숨겨진 결핍이 너.. 2025. 12. 26. 리뷰] 설리 (선택, 합리성, 책임) 설리, 모두가 살아남았다는 결과만으로는 끝내 감당할 수 없었던 한 인간의 판단과 책임 설리는 2009년 허드슨강에 비상 착수해 155명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구조한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기적의 파일럿’이라는 영웅 서사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모두가 살아남았음에도 왜 단 한 사람만이 끝없이 자신의 판단을 설명해야 했는지, 왜 완벽해 보이는 결과조차 시스템 앞에서는 끊임없이 의심과 검증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설리〉는 용감한 결단을 찬양하는 영화가 아니라, 책임이란 무엇인지, 인간의 경험과 직감이 규정과 데이터 앞에서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를 차분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남기는 것은 감동이 아니라, ‘옳았던 판단조차 왜 고통.. 2025. 12. 26. 리뷰] 더 포스트 (시간, 결단, 기록) 더 포스트, 말하지 않기로 한 모든 순간이 민주주의를 조금씩 허물어왔다 더 포스트는 베트남전의 진실을 담은 ‘펜타곤 페이퍼’를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언론이 충돌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특종의 쾌감이나 언론의 영웅담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왜 진실은 늘 이미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늦게 도착하는지, 왜 언론의 자유는 선언이 아니라 매번의 위험한 결단 위에서만 유지되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더 포스트〉는 정부가 숨긴 문서보다, 그 문서를 공개할지 말지를 두고 망설였던 사람들의 시간을 응시한다. 이 작품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매번 다시 선택하지 않으면 쉽게 후퇴하는 불안정한 상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던 시간〈더 포스트〉는 ‘폭로의 순간’에서 시작하지.. 2025. 12. 26. 리뷰] 스포트라이트 (외면, 구조, 기록) 스포트라이트,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아무도 끝까지 말하지 않았던 진실의 구조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팀 ‘스포트라이트’가 가톨릭 교회 내부에서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아동 성추행과 조직적 은폐를 파헤친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폭로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왜 이 사건이 수십 년 동안 드러나지 않았는지, 왜 피해자들은 늘 가장 마지막에 말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스포트라이트〉는 악의 정체를 밝히는 영화가 아니라, 존경·권위·피로감·관성이라는 이름으로 작동해 온 침묵의 시스템을 해부한다. 이 작품이 남기는 것은 정의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진실과 함께 살면서도 그것을 외면해왔는지에 대한 불편한 인식이다. 이미 존재했지만 외면되었던 사실〈.. 2025. 12. 25.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4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