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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의 소녀시대 (기억, 성장, 현재) 나의 소녀시대, 첫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다 나의 소녀시대는 단순한 학원 로맨스로 오해되기 쉬운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기억과 성장, 그리고 자기 서사를 어떻게 재구성하며 살아가게 되는지를 섬세하게 다루는 영화다. 이 작품에서 ‘소녀시대’는 특정한 나이를 가리키지 않는다. 그것은 실패해도 괜찮았고, 상처받아도 아직 회복 가능하다고 믿었던 시절, 자기 자신을 아직 확정하지 않아도 되었던 시간을 의미한다. 린전신과 쉬타이위의 관계는 운명적인 사랑이라기보다, 서로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처음으로 자각하는 과정에 가깝다. 〈나의 소녀시대〉는 첫사랑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그 기억이 시간이 흐른 뒤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현재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는지에 집중한다. 이 영.. 2026. 1. 6.
리뷰] 결혼 피로연 (위장, 침묵, 타협) 결혼 피로연, 사랑을 숨긴 사람들이 끝내 사랑을 말하게 되는 가장 조용한 방식 결혼 피로연은 코미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정체성·가족·타협·사랑의 윤리가 촘촘히 얽혀 있다. 이 영화에서 ‘결혼’은 축복의 제도가 아니라 위장이다. 사랑을 숨기기 위해 선택된 사회적 장치이며,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연출이다. 웨이퉁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것을 공개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을 숨기기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가짜 진실을 만들어낸다. 〈결혼 피로연〉은 묻는다. 우리는 왜 진실보다 안정을 택하는가. 그리고 그 안정은 과연 누구의 행복을 보장하는가. 이 작품은 아시아적 가족 문화, 이민자의 정체성, 세대 간의 침묵을 유머와 절제로 풀어내며, 타협이 반드시 배신은 아.. 2026. 1. 6.
리뷰] 해피 엔드 (무감각, 가족, 종말) 해피 엔드,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모든 것이 끝나버린 세계에 대하여 해피 엔드는 제목부터 거짓말을 선언하는 영화다. 이 작품에서 ‘해피 엔드’란 사건이 잘 해결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비극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세계가 유지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사고는 일어나고, 죽음은 반복되며, 증오와 폭력은 일상에 스며들지만, 인물들은 그 어떤 감정적 동요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슬퍼하지도, 분노하지도, 변화하지도 않는다. 〈해피 엔드〉는 묻는다. 우리는 언제부터 타인의 고통을 하나의 ‘사건’으로만 소비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 무감각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이미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조건은 아닌가. 미하엘 하네케는 가족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을 통해 계급.. 2026. 1. 5.
리뷰] 더 차일드 (무지, 충돌, 책임) 더 차일드, 책임을 배우지 못한 인간이 처음으로 인간이 되는 순간 더 차일드는 아이를 사고파는 충격적인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이 영화의 진짜 관심사는 범죄가 아니라 ‘책임의 발생 조건’이다. 이 작품은 인간이 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도덕의 언어로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그 선택이 가능해진 삶의 구조를 끝까지 추적한다. 브루노는 비윤리적인 인물이지만, 전형적인 악인은 아니다. 그는 잔인해서 아이를 판 것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개념 자체를 삶 속에서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인간이다. 〈더 차일드〉는 이 무지를 변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무지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집요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묻는다. 인간은 언제부터 타인의 삶을 자신의 선택 안에 포함시키는 존재가 되는가. 그리고 그 책.. 2026. 1. 5.
리뷰] 비밀과 거짓말 (침묵, 폭로, 가족) 비밀과 거짓말,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가장 오래 숨겨져 온 감정들에 대하여 비밀과 거짓말은 충격적인 비밀이나 극적인 반전을 앞세우는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에서 비밀은 이미 모두의 삶 속에 오래 스며들어 있으며, 거짓말 역시 악의라기보다 생존의 방식에 가깝다. 영화는 묻는다. 우리는 왜 가족에게조차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그 침묵은 과연 누구를 보호해 왔는가. 〈비밀과 거짓말〉는 입양이라는 설정을 통해 가족의 정의를 흔들지만, 그 핵심은 혈연이 아니다.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구조가 개인의 감정을 어떻게 억압하고, 동시에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집요하게 관찰한다. 진실은 이 영화에서 해방이 아니라 혼란으로 등장하며, 거짓말은 단순한 기만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완충 장치로 작동한다. .. 2026. 1. 5.
리뷰] 청춘 스케치 (이상, 타협, 선택) 청춘 스케치, 우리는 왜 가장 순수했던 시절을 가장 잔인하게 배신하며 성장하는가 청춘 스케치는 흔히 ‘90년대 청춘 영화’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청춘이라는 상태가 어떻게 자기기만과 회피를 통해 유지되다가 결국 스스로를 배신하며 붕괴되는지를 기록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지 않는다. 대신 이상과 현실, 비판과 타협, 순수와 책임 사이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로 살아가게 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레일리 나는 세상을 비판할 수 있는 언어를 가졌지만, 그 언어로 자신의 삶을 책임질 준비는 되어 있지 않다. 트로이는 세상에 적응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지키려 하지만, 그 태도 역시 하나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외면한다. 그리고 마이클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했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가장 많은 것을.. 2026.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