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결혼 피로연 (위장, 침묵, 타협)
결혼 피로연, 사랑을 숨긴 사람들이 끝내 사랑을 말하게 되는 가장 조용한 방식 결혼 피로연은 코미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정체성·가족·타협·사랑의 윤리가 촘촘히 얽혀 있다. 이 영화에서 ‘결혼’은 축복의 제도가 아니라 위장이다. 사랑을 숨기기 위해 선택된 사회적 장치이며,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연출이다. 웨이퉁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것을 공개하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을 숨기기보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가짜 진실을 만들어낸다. 〈결혼 피로연〉은 묻는다. 우리는 왜 진실보다 안정을 택하는가. 그리고 그 안정은 과연 누구의 행복을 보장하는가. 이 작품은 아시아적 가족 문화, 이민자의 정체성, 세대 간의 침묵을 유머와 절제로 풀어내며, 타협이 반드시 배신은 아..
2026. 1. 6.
리뷰] 해피 엔드 (무감각, 가족, 종말)
해피 엔드,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모든 것이 끝나버린 세계에 대하여 해피 엔드는 제목부터 거짓말을 선언하는 영화다. 이 작품에서 ‘해피 엔드’란 사건이 잘 해결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비극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세계가 유지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사고는 일어나고, 죽음은 반복되며, 증오와 폭력은 일상에 스며들지만, 인물들은 그 어떤 감정적 동요도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슬퍼하지도, 분노하지도, 변화하지도 않는다. 〈해피 엔드〉는 묻는다. 우리는 언제부터 타인의 고통을 하나의 ‘사건’으로만 소비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 무감각은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이미 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조건은 아닌가. 미하엘 하네케는 가족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을 통해 계급..
2026. 1. 5.